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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결말을 미리 알려주는 행위를 ‘스포일러(스포)’라 합니다. 어쩌면 스포가 될지도 모를 결정적 이미지를 말머리 삼아 먼저 보여드릴까 합니다. 무슨 사연일지 추측하면서 찬찬히 따라가다 보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될 거예요. 한 장의 사진만으로 알 수 없었던 세상의 비하인드가 펼쳐집니다.




5일 충남 금산군의 한 카페에서 산재 피해를 입은 이주노동자 수메스 바르마가 본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5일 충남 금산군의 한 카페에서 수메스 바르마가 가우리조명지주 주식
방 안에 들어있는 소지품들을 보여주고 있다. 약봉지, 출입국 관련 서류, 노동시 쓰는 모자, 다친 손에 바르는 연고. 최주연 기자


'코리안 드림'을 품고 왔던 네팔 청년이 '두 손가락' 산재 피해 노동자로 고국에 돌아간다.
네팔 이주노동자 수메스 바르마(37)는 2년 전 전북 완주체리마스터 다운
의 한우농장에서 일하던 중 손가락 네 개가 절단당하는 사고를 당했다. 네팔에서 약국을 차리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한국에서 비전문취업(E-9) 노동자로 일한 지 4년째 되는 해였다. 매일 새벽 5시부터 저녁 8시까지 소에게 사료를 주고 분변을 치우며 축사 관리를 하던 그는 하루 아침에 장애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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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충남 금산군의 한 카페에서 수메스 바르마가 손을 보여주고 있다. 최주연 기자





5일 충남 금산군의 한 젖소농장에서 산재 피해를 입은 이주노동자 수메스 바르마가 사료 배합기를 바라보고 있다. 바르마씨는 주식계좌은행
이 기기와 다른 종류의 사료배합기를 조작하다 손가락 절단 사고를 겪었다. 최주연 기자


사고는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졌다. 짚과 소 사료를 갈아서 섞는 배합기 배출구에 무심코 손을 넣었던 것이 화근이었다. 배출구에는 날카로운 칼날이 설치돼있었지만 개방돼있어 누구나 다칠 수 있는 구조였다. 구급대원이 백산 주식
사료 더미 속에서 검지손가락을 찾아왔지만, 접합 후에도 감각은 제대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 이후 바르마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다. 아내와 부모님은 네팔로 돌아오라 했지만 바르마는 한국을 떠나지 못했다. “네팔 가서 손가락 없으면 완전 무시받아요.” 그나마 기계 설비가 많이 도입된 한국 농업 현장에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바르마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겨울이다. ‘일단 한 달만 써보라’며 사정 끝에 금산군의 한 젖소농장에서 일하고 있는 그는 추위가 오면 손이 아려 일을 하기 어렵다. 작년 그는 장갑 속에 따뜻한 농업용 모래를 넣으며 겨울을 났다. 고된 일과를 마치고 매일 밤 일곱 살 아들과 통화할 때가 유일하게 통증도, 근심도 없는 순간이다. 비자가 만료를 앞두고 있는 그는 통증을 못 이겨 올해 안에 다시 네팔로 돌아갈 예정이다.



5일 충남 금산군의 한 카페에서 산재 피해를 입은 이주노동자 수메스 바르마씨가 영구 장해를 입은 손으로 병원 진료 당시에 체크한 '통증점수'가 적힌 종이를 들고 있다. 최주연 기자





5일 충남 금산군의 한 젖소농장에서 왼손에 손가락 절단 산재 피해를 입은 이주노동자 수메스 바르마씨가 작업하고 있다. 왼손 장갑 세번째에서 다섯번째 손가락의 장갑이 헐렁하다. 최주연 기자


내국인 기피 업종에 근무하는 이주노동자의 산업재해 발생 위험은 날로 커지고 있다. 정혜경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 받은 2024년 외국인 근로자 산업재해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재해를 경험한 외국인 근로자는 9,216명으로 1만명대 돌파를 코앞에 두고 있다. 제조업(39%), 건설업(36.9%)등 위험 사업 종사자가 압도적 비중을 차지했다.
산업재해 발생 시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보험료 할증, 산재 기록 등을 기피하는 사업주가 다친 노동자에게 산재 신청 대신 합의금을 주겠다는 합의서를 제시하는 것이다. 올해 3월 경기 포천의 한 사출공장에서 근무하다 손등뼈에 부상을 입은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 가이한(가명)은 ‘산재보험보상을 신청하지 않고 노동부에 신고도 하지 않으면 고용 일정기간 동안 보장한다’는 내용의 합의서에 싸인했다.
불법체류 노동자의 경우 산재 신청 자체를 일찌감치 포기하기도 한다. 지난해 강원이주여성상담소에도 손가락이 절단된 베트남 불법체류 이주노동자는 보상 상담을 했다가 사장과의 면담 이후 돌연 취소하는 일도 있었다.



5일 충남 금산군의 한 젖소농장에서 수메스 바르마씨가 바닥을 쓸고 있다. 최주연 기자





5일 충남 금산군의 한 젖소농장에서 산재 피해를 입은 이주노동자 수메스 바르마씨가 한 송아지 젖소를 '친구'라고 표현하며 손을 내밀고 있다. 최주연 기자


이주노동자 단체는 이와 같은 외국인 산업재해 문제가 위험 노동을 이주노동자에게 전가하는 한국 노동시장의 구조와 '고용허가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탁운순 강원이주여성상담소장은 "외국인 없이는 한국의 주요 산업들이 휘청한다고 볼 정도로 (외국인) 의존도가 높지만 산업재해 예방과 같은 기본적인 노동 조건은 한참 부족한 편"이라며 "산업현장에서 통역 지원을 의무화하고, 불법체류 중일지라도 산재 보상 신청이 가능하다는 점들을 널리 알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 김달성 목사는 "이주노동자는 고용 연장 여부를 결정하는 전권을 가진 사업주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라며 “이주노동자 100만 명 돌파 시대에 제도나 사업주들의 의식 수준은 바닥이다"고 비판했다.



5일 충남 금산군의 한 카페에서 수메스 바르마씨가 가방 안에 들어있는 소지품들을 보여주고 있다. 약봉지, 출입국 관련 서류, 노동시 쓰는 모자, 다친 손에 바르는 연고. 최주연 기자





5일 충남 금산군에서 수메스 바르마씨가 인터뷰를 하기 위해 농장에서 다른 네팔 노동자의 오토바이를 함께 타고 왔다. 최주연 기자


최주연 기자 juicy@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