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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간을 풀고 부드러운 잘할게. 건물의 건데6월 19일 한국석유공사 울산석유비축기지의 모습. 100m 아래에는 아파트 12층 정도 되는 높이에 폭은 6차로 길만큼 넓은 지하유류비축공동이 있다. 한국석유공사 제공


지하 동굴 입구를 지나 구불구불 한참 들어가니 갖가지 설비가 모여 있는 펌프실에 다다랐다. 사방이 어두컴컴한 데다가 철제 설비가 더해지니 '별나라 기지'에 와 있는 듯했다. 100미터 아래에는 아파트 12층 정도 되는 높이에 폭은 6차로 길만큼 넓은 지하유류비축공동 한 개가 있다. 이는 원유가 암반 틈새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수벽 터널 속 물소리만이 그 존재를 가늠케 했다.

지하 암반에 묻힌 원유 9900만 배럴... 석유공사만의 저장 비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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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송정근 기자


2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공사가 40년 넘게 운영 중인 지하유류비축기지는 비상시 원유를 꺼내다 쓸 수 있게 만든 지하 기름 동굴이다. 석유는 일상 생활의 필수재인 데다가 석유화학 시설을 안정적으이동평균선분석
로 운영하기 위해 일정량을 저장해 두고 있다. 석유공사는 1982년 구리지사를 시작으로 5개 지사에 32개의 지하공동을 두고 있으며 총 9개 지사에 9,900만 배럴(5월 말 기준)을 모아뒀는데 이는 국제에너지기구(IEA) 기준으로 116.5일분에 해당한다.
석유공사의 원유 비축 기술에는 특별한 비법이 숨어 있다. 보통 지하 저장 시설은 비과세저축
철판 등을 이용해 인공 탱크가 떠오르지만 공사는 지하수·암반의 상태가 좋은 지역을 찾은 뒤 암반을 뚫어 저장 공간으로 활용했다. ①물과 기름은 섞이지 않고 ②기름은 물보다 가볍다는 원리를 이용한 것. 기름이 가득 찬 지하공동 주변을 강한 압력의 지하수가 감싸고 있으니 원유나 가스가 새어 나가려 해도 나갈 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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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9일 한국석유공사 울산지사 인근의 해역에서 유류비축기지로의 원유 하역 작업이 한창 이뤄지고 있었다. 사진은 하역 작업을 하고 있는 원유선의 모습. 한국석유공사 제공


만일 지하수 유량이 줄어들면 이 균형이 깨질 수도 있는데 석유공사는 지하공동 위에 릴게임야마토
수벽터널을 뚫어 많은 양의 물이 들어가게 해서 공동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혹시나 지하공동 안으로 지하수가 들어간다 해도 물은 기름 아래로 자연스레 가라앉아 공동 내 펌프를 이용해 바깥으로 빼내면 압력을 균형 잡힌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미국·일본 등도 지하 암반에 석유를 저장하지만 우리처럼 대규모 공동을 건설해 운영하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고 했다.
공사는 정부 정책에 따라 수급 불안 시 모아 둔 석유를 시장에 풀거나, 민간 정유사에 원유·원유 하역 시설·여유 저장고 등을 빌려주고 대여료를 받기도 한다. 6월 19일 기자가 울산지사를 찾았을 때도 유조선에서 원유 하역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날 들어온 원유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기업이자 에쓰오일의 대주주인 아람코의 것으로 국내 정유사가 필요할 때 사갈 수 있게끔 비축해 두는 물량이었다. 해상 부이(Buoy)1를 사이에 두고 유조선과 해저 배관을 연결해 원유를 공동으로 옮기니 눈으로 볼 일은 없었다.



한국석유공사 울산지사 인근의 해역에서 유류비축기지로의 원유 하역 작업이 한창 이뤄지고 있었다. 사진은 하역 작업을 위해 원유선과 부이(Buoy)가 연결된 모습. 부이는 유조선에 있는 원유를 송유관을 통해 육상으로 이송하는 시설이다. 한국석유공사 제공



산유국 중동도 관심 갖는 비축 기술... 기술 컨설팅 용역 맺어



한국석유공사와 아랍에미리트(UAE) 국영석유회사 ADNOC 간 지하공동 운영단계 기술용역 착수회의가 2일 UAE 아부다비에 위치한 ADNOC 본사에서 열렸다. 이날 회의에는 박원우 석유공사 비축운영팀 차장(왼쪽줄 앞에서 두번째), 전성천 지오그린21 전무이사(왼쪽줄 뒤에서 세번째), 엄권식 지오그린21 실장(왼쪽줄 뒤에서 첫번째), 술탄 알마즈루이(Sultan Almazrooei) 후자이라 지하유류저장공동 운영팀장(오른쪽줄 앞에서 첫번째), 사우드 하렙 알다르마키(Saoud Hareb Al-Darmaki) ADNOC 본사 팀장(오른쪽줄 앞에서 두번째) 등 참석자들이 참석했다. 한국석유공사 제공


석유공사의 비축기지 기술은 산유국 중동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석유공사는 6월 30일 아랍에미리트(UAE) 국영석유회사인 ADNOC와 용역 계약을 맺고 후자이라 지역에 있는 4,200만 배럴 규모의 지하유류저장공동에 대한 기술 컨설팅을 맡게 됐다. 현장 실무는 공사의 지하유류비축기지 운영 협력사인 지오그린21이, 석유공사는 총괄 감독을 맡는다. 총 계약 금액은 약 13억 원.
후자이라 지역은 중동 지역 주요 벙커링항 중 하나로 연간 4만 척 이상의 유조선이 이곳에서 연료를 공급받는다. 특히 중동 최초의 지하저장공동인 이곳은 이란-이스라엘 분쟁 당시 이란이 봉쇄를 위협했던 호르무즈 해협 바깥에 있어 실제 봉쇄가 일어나더라도 수출에 별다른 지장을 받지 않는다는 게 공사 측 설명이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시운전 때 ADNOC의 요청으로 기술 자문을 제공했는데 정식 컨설팅 계약을 맺게 됐다"며 "40년 넘게 쌓은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지하공동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기술이 있어 중동 시장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1 해상 부이(Buoy)


유조선에 있는 원유를 송유관을 통해 육상으로 이송하는 시설


울산=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