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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서예가이자 서화 감식가로 이름을 알렸던 위창 오세창(1864∼1953)은 우리나라 역대 서화가를 정리한 책을 펴냈다.
1928년 출간된 '근역서화징'(槿域書畵徵)이 바로 그것이다.
신라시대부터 조선 말에 이르기까지 총 1천117명의 서화가 관련 정보를 담은 이 책에는 '천죽재차록'(天竹齋箚錄)이라는 문구가 여러 차례 나온다.
유명한 서화 수장가였던 아버지 역매 오경석(1831∼1879)의 호 '천죽재'와 메모를무료야마토
뜻하는 '차록'을 합친 말로 풀이된다.



'천죽재차록' 일부 역매 오경석(1831∼1879)이 쓴 메모 가운데 김광수, 박제가 관련 언급이 있는 부분 [성균관대학교 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간 '사라진검증완료릴게임
기록'으로 알려졌던 오경석의 메모가 처음으로 공개된다. 조선시대 말 '서화 수집의 끝판왕'으로 불리는 수집가의 흔적이다.
성균관대 박물관은 "이달 12일 개막하는 '벽치광작(癖痴狂作)-수집과 컬렉션' 전시에서 '천죽재차록' 원본을 최초 공개한다"고 9일 밝혔다.
오경석은 대대로 역관을 배출한 가문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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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1853년부터 1875년까지 10여 차례에 걸쳐 청나라와 조선을 오가며 문화계 다양한 인사와 교류했고, 그 과정에서 서화와 탁본 등을 수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천죽재차록' 일부 역매 오경석(1831∼1879)이 쓴 메모 가운데 추사체와 관련한 언급이 스마트그리드주
있는 부분. 붉은색으로 표시된 부분은 원본에는 있으나 오세창의 '근역서화징'에는 빠져 있는 내용을 표시한 것이다. [성균관대 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요환 학예사는 "오경석은 수집에 남다른 열정을 보였다"며 "그의 수집·정리벽은 향후 아들 오세창이 한국의 역대 서화사를 정리할 수 있는선행스팬
기반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공개하는 '천죽재차록'은 약 4년 전 박물관이 입수한 자료다.
박물관은 1964년 오세창의 '근묵'(槿墨)을 기증받은 뒤 관련 자료를 꾸준히 늘려왔으며, 최근에는 오경석의 편지, 부채 등 다양한 유물을 확보했다.
김대식 박물관장은 "오경석 관련 자료를 조사·연구하던 중 '근역서화징'에 나오는 내용과 동일한 차록을 발견했다"며 "인용된 10개 항목 중 8개 항목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전기에 대한 설명 왼쪽은 '근역서화징', 오른쪽은 '천죽재차록' [성균관대학교 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차록 자료는 '근역서화징'에 인용된 내용과 대부분 동일하다고 박물관은 전했다.
예를 들어 조선 후기 문인 화가인 전기(1825∼1854)와 관련해서는 '원류'(源流)를 '류원'(流源)으로 쓰거나 마지막 구절 글자가 하나 빠진 것 외에는 내용이 같다.
그러나 일부 내용을 생략하거나 글자를 다르게 쓴 부분도 있다.
'이찬모' 항목의 경우, 박물관 소장 차록에는 "근일에 김추사의 글씨가 성행하는데, 경솔한 데다 더욱 구속됨이 없어 드디어 마계(魔界)로 들어가고 말아서 약으로도 구제할 수가 없다"는 부분이 적혀있다.



역매 오경석의 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 박물관 전시실에 역매 오경석(1831∼1879)의 사진이 전시돼 있다. 박물관 측은 1850년대 중반에 촬영한 사진으로 추정하며 "현재까지 알려진 조선인을 촬영한 사진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2025.6.9 yes@yna.co.kr


그러나 '근역서화징'에는 그 내용만 쏙 빠져 있다.
박물관 측은 "오세창이 아버지인 오경석이 당시 추사체 유행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부분을 삭제한 점이 눈에 띈다"고 설명했다.
조선 후기 '북학의', '정유집' 등을 펴낸 실학자 박제가(1750∼1805)에 대해 "사람됨이 까탈스럽고 저속"하다고 평한 부분도 원본과 달리 '근역서화징'에는 빠져 있다.
'천죽재차록'은 오경석·오세창 부자를 연구하는 중요한 자료가 될 전망이다.



보물 '근묵' 서예가이자 서화 감식가였던 오세창(1864∼1953)이 1천136명의 필적을 수록해 정리한 서첩으로 2023년 보물로 지정됐다. [성균관대학교 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들 집안이 소장한 서화 규모와 종류가 어떠했는지 그간 정확히 밝혀진 바가 없다.
그러나 차록 자료에는 오경석이 '공민왕의 금자(金字·금빛이 나는 글자) 불경 1책, 안평대군의 행서·해서 3책, 이정의 묵죽도 몇 점'을 보관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주목된다.
김 관장은 "'근역서화징'에는 빠져 있으나 원본에 남아있는 내용"이라며 "소장한 서화에 대해 '기린의 뿔과 봉황의 깃털'(麟角鳳毛)이라 묘사한 점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공자성적도' 중 하나로 추정되는 '퇴수시서' 김대식 관장이 구입해 박물관에 기증한 '공자성적도' 중 일부 [성균관대학교 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러면서 "오경석, 오세창으로 이어지는 두 부자가 어떻게 최고의 감식안을 갖게 되고 수집에 이르게 됐는지 그 과정을 엿볼 수 있는 자료"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오경석·오세창 부자를 중심으로 좋아하는 일에 몰두한 사람들의 흔적을 취미와 수집, 창작이란 관점에서 조명할 예정이다.
'천죽재차록'를 비롯해 오경석이 수집한 서화와 부채, 오세창의 '근묵' 등 200여 점을 모았다.
공자의 행적과 가르침을 그림으로 풀어낸 '공자성적도'(孔子聖蹟圖) 중 '퇴수시서'(退修詩書)로 추정되는 그림도 처음으로 관람객에 선보인다.



사군자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지난 5일 찾은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 박물관 전시실 내부 모습. 오는 12일 개막하는 '벽치광작(癖痴狂作) - 수집과 컬렉션' 전시는 위창 오세창(1864∼1953)과 그의 아버지 역매 오경석(1831∼1879) 관련 유물을 중심으로 수집의 의미를 조명한다. 2025.6.9 yes@yna.co.kr


2009년 '공자성적도-그림으로 보는 공자의 일생' 전시 이후 여러 유물의 행방을 쫓던 중 일본에서 찾은 것으로, 김대식 관장이 사비로 산 뒤 박물관에 기증했다.
김 관장은 "좋아하는 것을 끝까지 파고드는 몰입은 가장 순수한 문화 창조의 출발점"이라며 "개인의 취향이 문화로 전환되는 감동의 순간을 나누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3월 31일까지 볼 수 있다.



박물관 전시실 입구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 박물관 전시실 입구 모습. 오는 12일 개막하는 '벽치광작(癖痴狂作) - 수집과 컬렉션' 전시는 위창 오세창(1864∼1953)과 그의 아버지 역매 오경석(1831∼1879) 관련 유물을 중심으로 수집의 의미를 조명한다. 2025.6.9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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