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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기 전과, 오르고 나서의 산은 달라요. 멀리서 봤을 때 실 같은 길은 선명해지고, 봉우리 하나하나가 친숙하게 다가와서 내 안의 산은 조금씩 넓어지고 깊어져요. 제 그림의 '산로山路'는 산에서 지나온 여정이고, 산길에서 본 풍경이에요."
산수화가 진희란(35세) 화백의 개인전이 지난 4월과 5월에 걸쳐 서울 신촌 아트레온 갤러리에서 열렸다. '산로묘사山路妙寫'가 전시회의 주제이며, 그녀의 박사 학위 주제도 '산로묘사를 통한 산수화 연구'였다. 뫼 '산山', 길 '로路' 산길, 즉 등산로가 진 화백의 산수화를 관통하는 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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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 길이가 5m가 넘는 대형작품 '북한산전로'. 자세히 보면 산행 중 만난 사람들과 독백 같은 말을 적어놓았다.


산을 그리는 화가 상당수가 산 밖에서 본 산, 즉 등산 없는 자연 대상으로의 산을 그리지만, 그는 산행이 주된 기초 작업이다. 가로 길이가 5m가손오공 릴게임
넘는 대형 작품인 '북한산전로'는 "10년간의 북한산 산행을 담았다"고 한다.
진 화백은 산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그리지 않는다. 눈으로 본 경치에 더해 산행을 통한 마음의 변화도 담는다. 그는 "산길을 이해하면 산의 기운을 느낄 수 있고, 산길의 움직임에 따라 산세도 변한다"며 이 과정을 통해 "산의 다채로운 모습을 이해하고 체험을 양귀비예시
기반으로 한 나만의 그림을 드러낼 수 있다"고 말한다. 때문에 그의 그림을 자세히 보면 산길과 등산객들, 그들의 말이나 화가의 독백까지 적혀 있다. 전통적인 산수화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진희란 작가만의 산행으로 완성된 작품인 것.
산수화를 하는 화가가 드문데, 산행으로 그림을 표현하는 화가는 더 드물다. 진 화백의 등산 입문은 무의식적인릴게임예시
끌림 같은 것이었다.



산행 중 그린 많은 스케치들.


"다니던 고등학교에서 북한산 비봉이 보여서, 항상 졸업하면 가겠다고 생각했어요. 대학생이 되고 북한산을 갔는데, 너무 멋있었어요. 의상봉에 갔는데 국녕사 불상이황금성동영상
너무 멋있어 보였어요. 막상 앞에서 보면 거대한데, 멀리서 보니 산의 비율과 딱 맞아 떨어졌어요. 너무 편해 보여서 저 불상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산도 좋아하고 그림도 좋아해서 산수화를 하게 되었어요."
조선시대, 산수화가 유행하던 시절, 잘 그린 그림의 조건은 먼 산과 가까운 풍경이 동시에 보이는 것이었다. 원근법을 살려 있는 그대로를 얼마나 사실적으로 그렸느냐가 아닌, 산의 원경과 사람의 행동까지도 보이는 형상. 단순한 풍경이 아닌 화가의 속내가 담긴 산수화를 '오묘하다. 신묘하다'는 평가와 함께 빼어난 작품으로 여겼다.



북한산 원효봉 현장 수묵화 작업


"묵혀야지 표현이 돼요. 산에서 스케치를 다양하게 해요. 산길 따라서 그린 걸 집에 와서 여러 번 봐요. 처음에는 산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공부해요. 봉우리 이름 하나하나 파악하고, 옛날 그림과 실제로 비교해요. 모은 자료의 배치를 바꾸고 느낌을 떠올리고 지우기를 반복해요. 감정을 덜어내는 과정을 계속 가져요. 본질만 남기는 거죠."
풍경 속 사물을 덜어내고, 감정을 덜어내고, 본질적인 느낌을 살리는 것이 자신의 작업이라고 말하는 작가는 "항상 이것이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그걸 잘하는 사람이 겸재 정선"이라고 한다.



북한산 원효봉 현장 수묵화 작업


"자유롭게 살고 싶어요. 혼자 산수화 그리고, 혼자 산 타고 하다 보니 산에 대한 의미가 커졌어요. 내가 산에서 본 걸 정말 진솔하게 그릴 수 있는 경지에 이르고 싶어요. 그게 얼마나 어려운 건지 알지만, 누구나 쉬운 목표를 잡지는 않잖아요."
작품 하나를 위해 2년간 같은 산을 다니기도 한다는 그는, 최근 남한산성을 자주 오른다. 아직 "작품으로 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른다"고 하면서도, 남한산성에서 본 풍경을 설명하는 그의 눈은 생기로 가득차 있다.



북한산 원효봉 현장 수묵화 작업


월간산 7월호 기사입니다.